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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원양어선 선원들

기사입력 2004.12.05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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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일터이자 쉼터인 원양어선 선원들
    이국바다에서 젊음을 불사르는 이도 많아














    과거 60~70년대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수출 증대에 한몫을 하면서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또 당시만 해도 고품질의 단백질을 제대로 섭취할 수 없었던 국민들에게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수산업 및 해운업 경기도 좋아 원양어선 선원은 나름대로 많은 인기가 있었고 이를 계기로 그들의 젊은 시간을 이국의 먼 바다에서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편집자 주>

    현 한국무역협회 회장인 김재철 회장도 원양어선 선장으로 젊은시절을 보낸 뒤 국내 굴지의 동원그룹을 일궈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세상 또한 많이 변해 이제는 선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육상 근무와 비교할때 가족이 있는 육지를 떠나 망망대해에서 생활하는 것이 외롭고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도 큰 원인일 것이다.

    원양어업 역시 농업이나 광업, 임업 등과 마찬가지로 수산물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산업이다. 그러나 그동안 세계적으로 행해져온 무분별한 수산자원 남획과 이에 따른 자원의 고갈로 바다는 예전처럼 풍요롭지 못하다. 그리고 점점 강해져만 가는 연안국들의 수산자원 보호정책에 의해 입어비용이 증가해 수산업체들의 경영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해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와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한때 호경기를 누렸던 수산업은 그 규모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현재도 동원산업 등 원양선사의 주변 경영환경은 녹녹한 편이 아니다. 특히 해마다 늘어가는 외국인 선원수를 대할 때마다 그러한 느낌은 더욱 짙어진다. 동원산업의 경우 전체 선단에서 외국인 선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로 이 분야 다른 업체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양업체들이 이렇듯 외국인 선원을 선호하는 것은 값싼 인건비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경비를 줄이고자 하는 것이 업체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이들 외국인 선원들은 주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충원되고 있다. 이들은 본국에서 오랫동안 고생하며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한국과 같은 나라의 원양어선 선원으로 한,두해 근무하는 것이 비록 육체적으로는 힘들어도 짧은 기간에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비용을 절감하려는 원양업체와 높은 수입을 원하는 외국인 선원들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원양어선에는 한국인 선원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관이라고 불리우는 선장, 기관장, 갑판장, 통신장 등 선박의 안전운항과 직결되는 주요 직책은 아직 우리나라 선원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우리나라 선원들은 외국인 선원들을 지휘 통제하며 선박의 운항에 직접 참여한다.

    그동안 업무상 필요에 의해 원양 조업선에 승선해 선원들과 함께 생활했던 경험이 몇 차례 있었다. 물론 짧은 기간이었지만 선원들의 애환과 노고를 충분히 느끼고 짐작할 수 있었다.

    20대 중반의 한 한국인 선원은 운반선을 통해 고국의 가족으로부터 전달된 편지와 물품을 보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물품들은 샴푸와 잡지를 비롯해 사탕, 과자 등 마치 어린이용 종합 선물세트처럼 그득했다. 그 선원이 육지에 있었더라면 그런 선물을 받아 들고 그렇게 기뻐했을까? 보름 전에 발행된 신문을 받아들고 “이 정도면 최신 뉴스죠” 라고 말하던 선원의 모습 또한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 물론 요즘은 대부분의 선박들이 현대화돼 선내에서 e-mail 송수신도 가능한 시대가 됐다. 하지만 그들에겐 육지에서 전달되는 모든 것들이 그저 반갑고 애틋하게만 느껴지는 듯이 보였다.

    또 다른 조업선에서 만난 한 40대 기관장은 젊은 날 선원이 된 후 오랫동안 선상생활을 하다가 몇 번 육상생활을 시도했으나 너무나 급속하게 변화하고 진화해가는 세상과 사람들을 따라잡기 버거워 다시 배에 몸을 싣게 됐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변화를 미처 느낄 사이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잠시 한발 떨어져 있다가 다시 세상 속으로 발을 들여놓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원양선원들의 생활이 편치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많은 선원들이 지금도 오대양을 누비며 그들의 젊음을 푸른 바다에 바치고 있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용환 편집국장>










    ▶ 자료제공: 동원산업(주) 수산팀 박우성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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