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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수 황주홍의 ‘군정일기’ 전문

기사입력 2005.02.24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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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주홍의 ‘군정일기’ 전문


    며칠전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던 것은 군정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높이려는 생각이었습니다. ‘군정일기’를 읽어보는 분들과 의견을 나눠보면 건강한 대화의 채널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또 제 자신의 일지와 일기 형식으로 군정에 대한 기록을 정리해서 남김으로써 저에게도 우선 도움이 되게 하고, 가능하다면 이같은 대화록을 후일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해서 전국의 지자체 관계자들과 연구자들에게 참고자료가 되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입니다. 앞으로도 ‘군정일기’는 계속 해볼 생각입니다. 군청의 일이 사실 좀 많고 바빠서 자주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일부 어떤 이들은 제 글에 대해(또는 저에 대해) 매우 감정적으로 그리고 거의 무조건적으로 달려들어 부정적 언사를 사용하는 것에 적잖이 마음이 상했습니다. (※ 이렇게 나에게 개인적인 감정과 편견을 가진 분들이 섞여 있구나 생각하니 저의 부족을 한탄했습니다.) “야, 이건 누군지는 모르지만 인격적으로 너무하다! 이래 가지고서야 의미있는 대화와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내 이름을 스스로 밝히고 참여해서 얘기하는데, 비록 몇 분의 경우라 하더라도 상대는 익명의 뒤에서 지나치게 부정적인 표현으로만 나오는 것은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e-문화는 바뀌어야 하고 개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몇몇 댓글은 읽기에 심히 불편했습니다.

    ‘강진군정일기’처럼 실명(實名)을 걸고 대화에 나설 때는(설사 상대방까지 이름을 밝힐 것 까진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양식과 품위는 지키면서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한번 그렇게 해보십니다. 이것이 저의 제안입니다. 미움과 적개심이 특별한 게 아니라면 좀 억제하고, 군수와 공무원들이 그리고 군수와 군민들이 절도있게 대화를 하는 것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강진군정과 강진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수 있지 않겠습니까? 자주는 못하더라도 가끔 건설적인 e-대화를 해 보십시다. 진심입니다.



    군수선거의 후보로 나설 때만 해도 저는 인사가 군수의 고유한, 그리고 배타적인 권한이며 의무임을 몰랐습니다. 인사위원회 위원장이 조례에 의해서 부군수로 되어 있지만 그것은 인사의 내용과 절차에 어떤 결함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심사하기 위한 기능인 것이고, 어디까지나 최종권한은 군수에게 있는 것임을 잘 몰랐습니다.(※ 지난 선거과정에서 가까운 선배 한 분께서 조언하시기를 “인사위원장과 경리관이 모두 부군수로 되어 있다. 그러니 인사권과 예산권을 규정대로 부군수에게 맡기겠노라고 공약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얘기해 주셨던 것입니다. 그때 저는 인사권이 법령에 보장된 군수의 고유권한임에 대하여 명쾌한 지식을 갖고 있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 선거공약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잘 몰랐기 때문에 그처럼 실현불가능하고, 실현되어서도 안될 공약을 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무지한 소치였습니다. 그 부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도청 공무원 인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청 공무원 인사를 위한 인사위원장은 행정부지사이지만, 최종적 인사권은 도지사가 행사하게 되어 있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그 때 제가 그 선배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그런 공약을 내건 까닭은 공무원 인사를 ①뒷거래없이, 그리고 ②공명정대하게 하겠다는 결의와 취지에서 였습니다. 그 취지와 다짐은 지난 4개월 동안 충실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지난 12월의 대규모 인사에 관한 “과락”이라는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이지, 글쎄, 그럴까?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몇가지 실수는 솔직히 인정합니다. 첫째, 사무관급(실과소장과 읍면장) 인사에서 두어 분에 대한 인사는 아쉽게 생각합니다. 잘 몰랐기 때문에 그리 되었습니다. 군청내의 어떤 과에 대해서는 그 기능과 비중을 잘 몰랐었습니다. 또 같은 면단위로의 수평이동에 대해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몰랐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의 이동은 나름대로의 의지를 갖고 한 인사였는데 전임 군수님의 성씨와 관련지어 오해를 받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제 스스로 그 간부를 겪어보고 이런 저런 주위의 얘기를 들었더니 제 판단이 꼭 잘 된것 만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다시 한다면 사무관급 인사의 몇몇 실수와 오류를 되풀이 하지 않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둘째, 모든 읍면사무소에서 5년 이상 장기 근무자는 예외없이 전원 이동하게 하다 보니 개별적인 특수성이 무시되는 단점도 생겼습니다. 어떤 면 지역의 많은 분들이 제게 찾아오셔서 그 면사무소의 공직자 한 분 만큼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주셨지만 원칙을 깨뜨릴 수 없어 그대로 강행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적잖은 분들이 섭섭해 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셋째, 7명의 보건진료소장님들에 관한 인사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특히 5년이 채 안된 분들이 한 두 분 포함되어 버렸고, 지리적 근접성이 배려되지 않았고, 인사예고가 없었거나 충분치 못했던 것을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강진군이 생긴 이래 최대 규모(250여명)의 인사를 취임한 지 두 달만에 하다 보니 제대로 깊이있게 챙기고 관찰하지 못했던 잘못이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씀드린 몇가지 외에는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크게 비판받을 인사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중여론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주 시원하게 잘 했다는 평가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승진에서 탈락한 일부 분들이나 소위 요직이나 핵심부서로 가기를 희망했지만 뜻대로 반영 안된 분들까지 만족시킬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원칙에 따라 사심없이 공명정대하게 했다고 얘기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번 인사때의 특징을 몇 가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첫째, 한 곳에 지나치게 오래 근속한 공직자의 경우는 원칙을 세운 뒤, 그 원칙대로 예외없이 추진했습니다.

    둘째, 근무평정과 다면평가 점수 그대로 인사했습니다. 60명의 승진자들 중 54명을 손도 안대고 그대로 승진시켰습니다. 이것은 전국적으로도 전례가 드문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 나머지 6명의 경우는, 인사관련 간부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예컨대 은퇴를 코 앞에 둔 기능직의 경우 1순위는 아니었지만 우선 승진시킨다든가 하는 등의 예우가 있었습니다.)

    셋째, 불가피하게 누군가를 승진에서 배제시킬 때는 저하고 가까운 사람들이 조금 손해보고 희생되는 방향으로 인사하려 했습니다. 그것은 전보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시켰습니다. 일종의 제 나름의 인사원칙으로서 적용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돈을 안 받았습니다. (실제로 3명이 돈을 싸들고 제게 왔었습니다.) 과거 전임 군수들께서도 그러했겠지만, 저의 경우 단연코 돈은 인사의 조건이 될 수 없었습니다. 이것만큼은 확실하게 그리고 자신있게 천명해 두고자 합니다. (※이 변화는 의미있는 변화입니다. 전국적으로 관례화한 ‘돈의 지배’를 종결짓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남에서도 두 세 군데 시군만이 돈으로 부터 자유로울 뿐이라는 지적을 우리는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부분은 언젠가 다시 한번 ‘군정일기’에 올려 토론해 보고 싶습니다.)

    이번 인사에서도 5급 사무관 승진 1명, 6급 승진 2명, 7급 승진 2명이었지만 근무평가 점수와 다면평가점수 그대로 인사했습니다. 말하자면 군수는 손도 대지 않는 승진인사, 객관적인 점수 그대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물론 이번 인사에서도 2순위 이하인 분들과 가족들께서는 아무래도 커다란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저도 가슴 아픕니다. (몇 년째 또는 몇 십년째 자기가 가꾸어온 그 근무평가 점수와 동료 선후배들이 매긴 다면평가 점수 그대로 인사를 한다 해도 탈락한 분들은 뭔지 모르게 섭섭하고 불만족스러울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인사의 고통이 있고, 인사권자의 비애가 있게 됩니다. 그게 안타깝습니다.) 어쨌든 이번에 안되신 공직자들께서는 다음을 기약하십시다. 어차피 한꺼번에 모두 다 승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 참고로, 근무평가점수 제도를 좀 더 과학화-좀 더 세분화하고 체계화한다는 점에서-하고, 다면평가 제도의 부정적 측면의 개선에도 착수중이라는 보고 말씀을 드립니다.)

    또 하나, 4급에 계신 선배님 한 분의 공로연수 관계는 게시판에 뜬 것을 보고 정중하게 말씀올려 보라고 인사관계자에게 지시했습니다. 조금 기다려 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읍면사무소 근무 공직자들이 승진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변경 필요성 문제는 검토해 가겠습니다. 찬반 양론이 공존하는 어려운 문제인데, 검토할 것입니다. 말만 검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인근 시군의 관련 사례도 찾고, 관련자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여쭙는 절차를 밟아 검토해보겠습니다. 결론의 방향은 예단하지 마시고, 잠시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오늘의 ‘군정일기’를 마치려 합니다. 오늘이 마침 일요일(2월 20일을 의미)이어서 비교적 소상히 말씀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공직자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군민 여러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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