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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10년,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김준의 포구이야기–212. 완도 청산도 도청항
2018년 10월 17일 (수) 22:42:36 청해진농수산신문 chjnews1100@daum.net
[청해진농수산신문] 슬로푸드 발상지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백포도주로 유명한 이곳은 인구 2만여 명에 여행객이 200여만 명에 이르는 곳이다. 유기농 채소와 과일이 가게마다 가득하다. 패스트푸드점이나 대형마트는 없다. 이곳에서 슬로푸드는 물론 슬로시티도 발전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최근 김해와 서천이 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이제 15개의 슬로시티를 갖게 되었다. 2007년 완도 신안 장흥 담양 네 곳에서 출발했으니 불과 10년 만에 비약적인 성과를 이뤘다.

완도 청산도는 슬로시티 효과를 가장 크게 본 곳이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보리밭, 구들장논, 초분, 돌담, 골목길, 해녀 등 청산도가 갖고 있는 매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슬로시티 맞는 슬로푸드 고민 필요
슬로시티 지정 초기에 청산도의 관문인 도청항 주변에 슬로장터가 마련됐다. 미역부터 마늘까지 주민들이 직접 기르거나 채취한 농수산물을 가져와 여행객들에게 판매하는 직거래장터다. 당시 도청항에서 밥 먹을 데가 없다는 이야기도 곧잘 들렸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 그래도 청산에 어울리는, 슬로시티에 걸맞은 슬로푸드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모처럼 여유롭게 선착장 주변을 돌아보았다. 도청항에서 특산물을 파는 곳은 크게 세 곳이다. 슬로시티 이전부터 청산도를 찾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건어물을 파는 곳으로 여객선터미널 뒤쪽 골목이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다.

청산도가 흥청댔던 파시 때 카바이드 불빛과 함께 노랫가락이 새어나오던 골목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미역, 가사리, 우무, 멸치, 다시마 등 다양한 건어물을 판매하고 있다.

농협 옆 후미진 골목에 마련된 ‘슬로장터’도 있다. 슬로시티 초기에 주민장터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노점판매를 하다가 자의반타의반 골목으로 들어가 마련된 곳이다. 이곳에서도 역시 미역이 주류이고 다시마, 멸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 안에 슬로마트도 있다. 최근 향토산업 지원자금을 받아 마련한 곳이다. ‘완도 청산도 슬로푸드 명품화 사업’이다. 역시 청산도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자원과 슬로시티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나로마트를 확장시켜 안쪽에 슬로마트 문을 열었다. 그곳에도 역시 미역, 다시마, 김 등 지역생산물과 외지에서 가져온 가공 수산물 그리고 가공식품과 공산품도 판매되고 있다. 슬로푸드와 관광이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6차 산업으로 나가겠다는데, 그 취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과 자연, 삶과 문화 공존으로
슬로시티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의 지속성이다. 사람과 자연, 삶과 문화가 공존하며 지속되는 지역을 가꾸는 일이다. 근본은 섬주민들의 자존감과 자긍심에서 비롯된다. 맥도널드가 로마의 중심으로 진출할 때 그들이 발끈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슬로시티도 10년에 접어들고 있다. 한 나라에 10여 개의 슬로시티를 갖고 있는 나라는 손으로 꼽힌다. 이에 맞는 슬로시티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 현실에 맞는 슬로시티도 고민되어야 한다.

현실은 정반대로 가는 느낌이다. 슬로시티가 상품판매를 위한 브랜드로 전락하고 있다. 관광지 상표로, 특산물을 파는 상표로, 길을 알리는 상표로 심지어 선거와 정치를 위한 구호로 팔리고 있다.

다양성을 중시하고, 소규모 농업과 가내수공업을 존중하는 것이 슬로시티다.
청산도 구들장논은 묵혀지고, 양식은 대규모로 기업화되고 있다. 슬로푸드는 슬로가 아닌 패스트로, 슬로여행은 대량관광으로, 청산도 마을과 주거공간은 도회지나 다름없는 펜션과 숙박시설로 바뀌고 있다.

골목과 장터에서 만난 상인들이 ‘농협마트보다 싸게 판다’며 미역가닥을 보여준다. 지자체는 물론이고 슬로시티협회 어디에서도 이런 논의는 되지 않고 있다. 관심도 없다. 그저 여행객이 얼마나 왔는지, 슬로시티행사 모양내기에만 급급하다.

슬로시티 약발이 다 된 지자체는 재인증에서 떨어지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답할 뿐이다.<김준 / 광주전남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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