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선거 처음..." ...후보자만 '열광', 민심은 '냉랭'
<총선 D-3> 마지막 휴일 유세전 가열에도 유권자들 시큰둥
6일로 4·9 총선이 사흘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여야는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초 경합지역인 수도권에서 주말 민심을 잡기 위해 집중 유세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이슈가 먹히기 않고 유권자들의 마음이 더없이 냉랭하기만 하다는 것.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30% 정도로 두텁게 남아 있다는 것이 이런 분위기를 반증하고 있다.
실제 유세 현장에서도 시큰둥한 표정으로 유세를 지켜보거나 출마자가 내미는 명함을 차갑게 거절하는 유권자가 거의 대부분이고 확성기 소리가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역구에 어떤 후보가 출마하는지 모르는 유권자가 상당수였고, 출마자를 파악하고 있더라도 정치에는 관심 없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5일 통합민주당 충청 유세... '썰렁'
통합민주당 강금실 선대위원장은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충청권 표심을 잡기 위해 5일 충청 집중 유세에 나섰지만 열렬한 환영은 받지 못했다.
1시간 단위로 짜인 빡빡한 유세 일정 때문에 유권자들과 손을 맞잡을 충분한 여유도 없었지만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유권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전 서구갑을 유세에서는 확성기까지 고장 나 몇 초 동안 침묵이 흐르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유세가 잠시 중단된 틈을 타 신호대기중인 차량 운전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40대 중반의 여성 유권자들은 '강금실의 당당한 모습이 좋다'며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들거나 강 위원장 곁으로 다가가 인사를 청하기도 했다. 사인을 받기 위해 종이를 갖고 온 아이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60대 김모씨는 지팡이로 강 위원장을 가리키며 "지금까지 저들이 한게 뭔데, 다 열린우리당 패거리"라며 "왜 여기에 와서 떠드는지 모르겠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30대 한 남성은 "이 곳에서 선거 유세를 하니 시끄럽다"며 "다른 장소로 이동시켜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20대 남성 유권자는 "우리 지역에 누가 나오는지 잘 모른다"며 "투표 당일이 되면 투표는 하겠지만 솔직히 정치에는 관심 없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유세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충북 흥덕을 노영민 후보 지지유세장에는 80여명 안팎의 시민들이 모였지만 시끌벅적한 선거 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50대 한 모씨는 "개인적으로 통합민주당을 지지하고 주위 사람들도 자유선진당이나 한나라당보다는 민주당에 기우는 분위기"라면서도 "유세장을 찾을 만큼 적극적인 사람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강 위원장은 유세가 시민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자 나들이 인파가 몰린 청주 무심천에서 오제세(청주 흥덕갑)후보와 함께 선거로고송에 맞추어 수분간 율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나온 30대의 정 모씨는 "아이에게 선거를 가르쳐 주기 위해 잠시 유세를 지켜보고 있다"며 "지지 정당이 다르더라도 선거에 관심을 갖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나라, 후보들 쉰 목소리로 호소하지만 반응은 '...'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서울지역 초박빙 지역 11곳을 찾아 쉰 목소리로 지지를 호소했지만 좀처럼 '바람'을 불러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특히 '새내기' 총선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선거 운동을 하는 지역은 선거운동원들과 유세단, 주변 가게의 상인들을 제외하고는 가던 길을 멈추고 후보들의 유세를 경청하는 이들이 드물었다.
그나마 7막7장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홍정욱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홍 후보를 알아보는 사람들로 북적거려 '선거 분위기'가 도는 편이었다
노원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홍정욱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던 최윤서씨(45)는 "아직 후보자들의 얼굴을 잘 모른다"며 "선거 때가 되면 서민들을 위해 열심히 한다는 말을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 지 잘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롯데백화점 인근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김모씨(55)는 인근에서 홍 후보와 탤런트 이대근씨, 개그맨 이봉원씨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데도 "선거 때만 되면 찾아와 말로만 잘 살게 해 준다고 하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코빼기도 안 비친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씨는 그러면서 유독 노원갑에서 홍 후보와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연일 연예인을 동원해 선거 운동을 하는 것과 관련, "공약 대결이 아니라 연예인 대결을 하면서 세를 과시하려 한다"며 "진정으로 이쪽 동네를 발전시킬 일꾼을 뽑는 선거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성동지역 유세 현장이 보이는 곳에서 냉면 가게를 하고 있는 곽모씨(45)는 멀찌감치 유세 차량을 바라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니, 대선 캠프에서 일했느니 그런 말을 하지만 사실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며 "선거 때만 찾아다니면서 인사하지 말고 평상시에도 지역을 위해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도봉구에서 신지호 후보의 유세 소리에 밥을 먹다 손가락을 든 채로 나와 유세를 바라보던 이 모씨(52)도 "누구를 뽑을 지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며 금세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씨는 "왜 유세를 보지 않고 들어가느냐"는 질문에는 "어차피 선거 때 하는 말은 거기서 거기"라며 "말로만 서민 위한다고 하지 말고 진짜 서민을 아껴주는 사람이 되야 하는데.."라고 말을 줄였다.
후보와 선거 운동원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악수를 건네느라 손이 붓고, 잇몸이 헐 정도로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강 대표 역시 "일생일대의 극한 세를 하고 있다"고 호소할 정도로 낮 시간을 쪼개 30분 이동에, 30분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잠도 제대로 못 이루면서 강행군을 펼치는 후보들의 열정만큼 정작 유세 현장은 쉽게 달아오르지 않고 있었다.
전업사를 운영하고 있는 노 모씨(39)는 "지역 발전을 위해 일을 한다고 하지만 의원들이 정치 밖에 더 했느냐"며 "견제론이고 안정론이고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제대로 좀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뉴시스제공>
새감각 바른언론-완도청해진
입력:2008,04,06 10:55